미루기의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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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의 천재들

어릴 적부터 '게으름은 죄’라고 배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더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꽤나 미루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항상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그건 정작 해야할 일을 미루기 위한 도피일 때가 많다. 육아 일기를 써야하는데, 하면서 책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처럼 말이다.

아니면 그 일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예 시작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하기 싫은 회사 업무는 최대한 미뤘다가 마감 직전에 집중력을 쏟아서 끝내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시험 공부 대신 책상 청소부터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은 천부적인 미루기꾼인 저자가 이런 우리를 대신해서 쓴 유쾌한 변명과 합리화다. 그렇다고 정말 미루기가 좋다거나 일을 미루자는게 아니고, 일을 미루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우리에게 건네는 재치있는 위로다.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면 분명 후회할거다. 하지만 애초에 후회를 아예 안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저자는 미루고 싶어하는 우리의 마음 속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말한다. 불안과 초조함은 창작의 연료가 되기도 하고, 꾸물거리고 빈둥거리는 시간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미루기는 어쩌면 수동적인 회피가 아니라 능동적인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게으름과 미루기를 타파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독자라면 이 책이 아니라 자기개발서를 읽어야 한다. 진지하게 미루기를 죄악으로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화만 날 것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관점에서 미루기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물론 이 책을 읽어야지, 하고 리스트에 추가해놓고 한참을 미룰테지.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