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제 타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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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제 타프티

한때 유행했던 <더 시크릿>을 기억하는가. <더 시크릿>은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자기개발서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수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의 성공과 비밀이라는 말에 나 또한 홀린 듯 밤새 이 책을 읽었고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핵심은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어질 때까지 간절하게 생각하라는 건데, 그것이 정말 이루어지면 이 법칙 때문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가 간절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있을 뿐, 여기에 어떠한 증거나 데이터도 없고 확신과 맹신만을 강요한다.

물론 목표를 계속 마음에 되새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건 비밀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내용이 아닌가. 이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책들이 지금까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건 <리얼리티 트랜서핑>이라는 책이었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시리즈는‘러시아판 더 시크릿’이라는 신비주의 자기개발서로, 저자가 양자물리학자라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과학적인 느낌이 난다. <더 시크릿>처럼 생각을 현실로 바꾸는 것에 대한 내용인데, 자신만의 체계적인 개념과 방법론으로 무장하고 있다.

세상은 거울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밖에는 무한한 가능태의 공간이고, 에너지를 흡수하는 펜듈럼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갈등을 유발하고, …. 읽다보니 그 독특한 세계관이 재미있어서 이후 시리즈까지 전부 읽었다. 물론 책의 내용에 근거는 없다. 꿈에서 만난 남자가 전해 준 고대 비전 지식이라는데 근거가 있을 리가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에게 좋게 남아있는 이유가 있다. 목표를 정했으면 부정적인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현실을 애써 바꾸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것, 그러면 현실이 자연스럽게 원하는 바를 이루어줄 것이라는 철학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리얼리티 트랜서핑>이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와서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았다. 하지만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내용은 너무 복잡해졌고, 갑자기 시작된 여사제라는 컨셉질은 과몰입한 나머지 1절, 2절을 넘어서 뇌절하고 있다. 독자들을 미개한 양서류라고 하며 반복해서 무시를 하는데 실소를 넘어서 짜증이 난다.

그런데도 이렇게 완강하고 미련하게 굴다니! 과학자가 짐승들에게 하듯, 너희를 실험실의 표본으로 만들어주겠다. 해로운 곤충을 수집하듯 켄트지에 놓고 못으로 박아놓거나, 포르말린을 가득 채운 병 속에 다른 여러 생명체들과 함께 처넣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얌전하게 굴거라. 잊지 말거라. 나 티프티는 너희의 스승이다. 나를 찬양하고 우러러보거라! 내 뜻을 거스르지 말거라!

단순한 컨셉일까, 아니면 정말 사제나 교주가 되려고 하는 걸까. 결국 이 책 또한 더 시크릿과 다를 바 없다. 다 읽고 나면 비밀을 안 것 같고, 뭔가 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 뿐이다. 이런 책을 읽은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 현실을 바꿔버리는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