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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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저는 경제적 목표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니까 그렇다. 목표를 이루려면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해서 분명 '30살까지 30억을 벌겠다’라던가 하는 목표 비스무리한 걸 세워본 적은 있으나, 나 스스로 믿을 수 없는 목표는 너무나 공허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궁핍했던 대학 시절을 지나 대기업에 입사를 했다. 첫 월급을 받고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저것 공제를 하고 학자금 대출 상환까지 자동으로 떼고 나니까 생각보다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 돈을 쓰기 시작했다.

몇 개월만 쓰고 그 다음부터는 제대로 모아야지 했지만 돈은 모이지 않고 시간만 잘 갔다. 연차가 쌓이고 월급이 늘어날수록 소비도 따라서 늘어갔다. 허영심에 취해 비싼 옷과 시계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고, 취미 생활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며 모바일 게임에 빠져서 꽤 많은 돈을 현질하기도 했으며, 주식 한 번 해본 적 없던 내가 인생은 한방이라며 코인에 투자해 돈을 날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는 한동안 신용카드를 없애고 허리띠를 졸라맨 적도 있었고, 금방 지쳐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적당히 쓰면서 살자고 한껏 풀어진 적도 있었다. 내 태도가 이렇게 중구난방이었던 이유는 명확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막연히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정작 돈에는 깊은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여기, '경제적 자유’라는 명확한 목표를 40세 이전에 이룬 젊은 부자들이 있다. 내일 모레면 40이라 빠른 은퇴가 어렵긴 하지만, 부럽기도 하고 이들의 스토리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부자 20인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면서 읽기 쉬웠고, 책 마지막 장에서 이런 점을 한번 더 정리해주는 점이 좋았다. 직장인, 사업가,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에 사업, 주식, 코인, 부동산 등 부자가 된 방법도 모두 달랐지만 내가 보기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언젠가는 부자가 될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일찍부터 돈에 관심을 가지고 명확한 목표를 세워서 이를 위해 노력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몸값을 올리고, 일찌감치 투자를 시작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목표가 있으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오히려 부자가 되니까 명품이나 외제차를 안사게 된다고 한다. 돈이 주는 부유한 느낌과 자존감 덕분에 명품을 굳이 살 필요도 없고 필요하면 언제든 사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몸에 밴 검소한 생활습관 덕분이기도 했다.

경제적 자유가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빈둥 노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자수성가한 사람들로,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괴로운 사람들이었다. 경제적 자유를 기반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이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고 성취했다. 심지어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인상깊었던 점은 성공에 운과 노력의 비중이 얼마나 되냐는 공통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는데 운이 100%라는 사람도 있고, 노력이 80%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재미있게도 평균을 내보니 50:50이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운이 60:40으로 조금 더 많지 않나 싶다. 내가 지니고 태어난 DNA와 어린 시절 환경의 영향은 노력으로 뒤집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한다). 여러 매체에 나오는 파이어족을 보면서 나는 너무 늦었나 싶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분명 가능한 길이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공허한 목표 대신에 나만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도 돈의 속박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낼 수 있는 자유로운 날이 오길 바래본다.